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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폐과 이유

10줄 미만 2023. 5. 9. 05:16

 

출처 : 인터넷 퍼온글

 

나는 30대 소청과 전문의야.
아직 소아과 일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요즘은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님이

열심히 일하셔서 뉴스기사도 많이 나고

사람들이 심각성을 어느 정도 공감해주는 거 같다.


허나 여전히 ‘요즘 소아과 새벽6시 오픈런, 

대기 50명이고 환자 터지던데? 떼돈 벌겠던데?’

하는 댓글을 많이 봐서 참지 못하고

현재 소아과의 문제에 대해 아주 짧게 글 올려볼게.

 


첫째. 수가 (객단가)가 너무 낮아.
소아나 성인이나 기본진료비 (수가)는 같지만,

성인들은 기본진료비만 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추가 검사가 붙어 (한번 진료에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진료 시작과 함께 소아환자 대기 50명을 쌓아놓아도,

하루에 100~150명을 쉼 없이 진료해도

한명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낮아.


박리다매하면 되지, 왜 고생하기 싫은 거 갖고 징징대냐고?
세상의 모든 직장인, 자영업자들은 고생하며 산다.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번다. 

하지만 비교를 할 때, 내가 재벌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그룹끼리 비교하며 경쟁하기 마련이고, 

내 또래 주변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회의감이 많이 든다. 

소아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로.


같은 IT 전공인데 카카오는 1억 주고 네이버는 5천 주면 

너네도 갈아타겠지? 실제 이직은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린 이런 전환이 사실 그렇게까지 어렵지가 않아.


우리도 누가 소아과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나? 

아니지. 애기 좋아서 선택했는데 눈앞에 더 쉬운 길이 있거든.


껌 100개 팔아서 마진 10000원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아 같은 마진 남기는 미용/통증 등으로 

자유롭게 직종변경 하겠다는 거야.


다만 사회 공공재 성격을 띈 일의 특성상, 

통보하는 지경에 이르른 거지.

 


둘째. 소아 진료는 힘들다.
다들 병원은 한 번씩은 가봤을 거야. 

의사랑 말 몇 마디 나눴는지 기억해?


소아는 아픔을 표현할 수 없다. 

제3자인 보호자와 소통하고, 

자세한 진찰을 통해 병을 파악해야 한다.


성인 진료와 가격은 똑같거나, 

오히려 비급여 이것저것 때릴 수가 없어서 

돈은 더 적게 받는데 애는 나를 무서워한다. 

울고 나를 걷어찬다. 4-5살 애들은 힘도 쎄다.


애들은 죄가 없다. 암만 내 앞에서 땡깡부려도 

그건 정말 아무렇지 않다. 애가 싫으면 이 일을 하면 안 되지.
하지만 체력은 어쩔 수 없이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정말 너무 고맙다.


우는 애를 달래는 비타민과 딸랑이와 

그 모든 용역에 대한 댓가는 0원이다. 

(참고로 미국은 그 용역, 전부다 따로 청구한다)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소아 15명보다 성인 15명이 훨씬 덜 힘들다.


가뜩이나 수가도 낮아서 박리다매 해야 하는데, 

한명 한명 실수하면 안 되니 체력이 너무 많이 든다.


은퇴할때까지 평생 이런 어린 아이들의 에너지를

다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많이 힘들지.


현재는 소아과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정말 살 것 같다.
다시 개원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실 엄두가 안 나.

 


셋째. 병원에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
출산율 저하와 더불어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는 귀하다.
다만 애를 귀하게 대하는 방식이 상식 밖이거나 

그릇된 모성애, 부성애의 발현이 너무 잦다.


내 또래의 엄빠들이 많다. 

나도 mz세대, 엄빠들도 mz세대. 할 말은 해야 한다.
물론 이건 말을 이쁘게 하면 꽤 많은 부분 해결이 된다.


그러나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엄빠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가 친구를 볼 때 힘이 너무 빠진다.


자영업자나 콜센터 직원들도 진상손님 많이들 겪으시겠지만,
모성애의 잘못된 발현 + 맘카페 + 사실관계 확인 없는 분노,

이 3박자면 몇 달 안에 밥줄이 끊어지는 걸 많이 봐버렸다.

이런 이유로 내 전공, 소아청소년과는 ‘폐과’ 선언을 했어.


소아과 의사들도 의대생이었고, 전교 1등해서 의대 왔다. 

똑똑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제 mz세대여…
아무도 안 알아주는 개같이 힘든 일, 내가 굳이 왜?
늦었지만 이제라도 탈주한다. 안녕.

 

하지만 난 정말 애들이 이뻐서 이 일을 선택했고, 

정부에서 잘 해결해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

 


세줄요약.
하나. 단가 높은 비급여진료를 할 수 있는 타과로 변경 예정.
둘. 소아진료는 성인진료보다 체력과 노력을 많이 소모한다.
셋. 극성 부모들이 너무 힘들다. 가끔 병원 자체가 망한다.

한줄요약.
이건 더이상 징징대는 게 아니고 탈주 통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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