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인터넷 떠도는 글
저는 현직 고속버스기사입니다.
며칠전 안성터미널에서 있었던일을 써보려합니다.
버스를 서울가는 홈에 세우고
승객분들이 버스에 오르시는 모습을 보며
인사를 하고있었는데
연세가 지긋해보이시는 할머님께서
꽤 큰짐보따리 2개를 양손에 드신채
버스에 오르시려고 하는겁니다.
기사:
할머님, 제가 트렁크에 실어드릴께요 저한테 주세요
할머니:
기사님~ 가지고 올라가게 해주세요
꼭 가지고 올라가야해요
기사:
그렇게 큰짐을 앞에놓고 타시면 불편하실거에요
제가 실어드릴테니 저한테 주세요
서울도착하면 트렁크열어주시는분들이 계시니
걱정하지마시고요
할머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요 이 짐보따리가
내 발밑에 있어야 제가 가지고 내릴수있어요
트렁크에 실으면 잊어먹고 그냥간답니다
여기까지 듣고는 더이상 할머니에게
짐을 트렁크에 실으시라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문득 10여년전 시내버스할때 겪었던
또다른 할머님이 떠오르더라고요
당시 저는 성남에서 분당을 운행하는
2번 버스의 기사였답니다
노선중에 태평역에서 분당 야탑역에 위치한
차병원이 있었답니다
제 기억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할머님께서는
거의 매일 태평역에서 차병원까지 타셨답니다
한달에 3번이상은 마주치다보니
인사하는 사이가됐답니다
기사:
할머니~ 오늘도 병원가시나봐요
조심히 올라오세요~
이런시간들이 몇년이나 지났을까..
2번노선의 수익이 점점 줄어들자
10분이었던 배차간격이
15분이 되고, 20분이 되고, 30분이 되고
그렇게 배차시간이 늘어났음에도
그 할머님께서는 태평역 버스정류장에서
늘 고개를 내미시며 2번버스가 오길 기다리셨습니다
어느날 제가 할머님께 물었습니다
기사:
할머니~ 2번 버스만 기다리지마시고
200번이나 220번이 바로바로 오니까
그거 타시고 야탑역에서 조금걸어가세요
30분이나 기다리셔야하잖아요..
할머니:
기사님~ 저는 2번이라는 버스가
차병원에 간다는게 익숙해지기까지
꽤 긴시간이 걸렸답니다
한자리 숫자의 버스가 익숙해지는데도
긴시간이 걸렸는데
3자리 숫자의 버스를 외우는거는...
에휴 저는 못해요
할머님께서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걸려도
계속 2번 버스만 기다리셨고
결국 2번 버스는 없어졌고
더이상 할머니의 모습은 볼수 없었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나이를 먹는답니다
나이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기억세포들은 사라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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